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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_인문학 산책
고전에서 인생을 묻다_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의 마음을 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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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은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의 마음을 가졌던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의 단상을
적어 내려간 글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지치고 상한 영혼을 향해 스스로 일어서도록 격려하고,
남을 향한 미움으로 가득한 영혼에게는 거울을 선물해 인생을 아름답게 꾸려가는 비결을 깨닫게 해준다.
<명상록>을 통해 위로와 따뜻한 책망을 받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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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사랑한 황제
이상적인 정치가와 철학자를 동일시한 플라톤이 만족스럽게 생각할 만한 황제가 로마 제국에 있었으니, 그 이름 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다. 로마의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당대 최고의 스승에게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준비된 군주였는데, 독특하게도 열두 살 때부터 철학자 복장을 하고, 안락한 침대보다는 맨바닥에서 자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남달리 검소하고 배움을 좋아한 아우렐리우스는 일찍이 스토아 철학에 심취했다. 스토아 철학의 목표는 평온한 마음과 확실한 도덕을 낳는 행동 양식을 인간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서양 철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우렐리우스는 여덟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하드리아누스 황제와 인척 간인 할아버지에게 입양되었는데,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그를 총애해 훗날의 황제로 키웠다.
138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죽고, 161년 그 후계자인 안토니누스 피우스마저 죽자 아우렐리우스는 나이 마흔 살에 황제가 되었다. 당시로는 늦은 즉위였지만, 탁월한 스토아 철학자로서는 그만한 나이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쨌든 즉위 당시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로서뿐 아니라 철학자로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굳건히 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가 황제에 오르자마자 로마 제국은 게르만 민족 등 외적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실제로도 아우렐리우스는 재위 중 상당 기간을 전선에서 보내야 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더욱 성숙해진 그의 철학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처절한 전장에서 얻어낸 실존적 교훈이었다.
로마 제국의 운명은 점점 기울고, 최고 통치자인 자신은 이리저리 전장을 떠돌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을 통해 자신을 구원했다. 그에게 철학이란 자신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둘 수 있는 정신적 권력이었고, 외부에서 밀려드는 시련으로부터 자신을 철통같이 지켜내는 사색의 성채였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적 사색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예지와 통찰이 담긴 짧지만 의미 있는 글을 그리스어로 적어뒀다. <명상록>은 바로 이것을 모은 메모집이다.
‘명상록’이란 제목은 후세인이 붙였는데, 그리스어 원제목은 ‘타 에이스 헤아우톤(ta eis heauton)’이며, 이는 ‘자기 자신에게’ 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아우렐리우스는 이 책을 남에게 읽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경계하기 위해 썼다고 할 수 있다. 이동희 씨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철학 이야기 : 고중세 편>에서 “책의 제목은 ‘명상록(冥想錄)’보다는 ‘자경록(自警錄)’이라고 번역해야 그 뜻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나름 타당성이 있다. 하기야 위기에 처한 로마 제국 황제에게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플라톤의 예지가 놀랍다. 로마 제국은 다름 아닌 철학자로서의 황제를 최고 통치자로 원했던 것이다.
<명상록>을 읽는 독자는, 평온한 영혼이 단정하게 깃들어 있는 듯한 이 책이 실은 창과 칼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것이다. 전장의 임시 막사에서 토막잠을 자면서도 자신의 하루하루를 진지하게 점검하고, 황제 또는 전투지휘관으로서가 아니라 우주의 원리와 인간 이성의 힘에 순종하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아우렐리우스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욱동 교수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서양 고전>에서 언급한 대로 “아우렐리우스는 (…) 철학적 사색을 게을리하지는 않았지만,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는 겨룰 수 없었다. 문필가로서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었지만 역시 키케로를 따라갈 수 없었다.” 분명 아우렐리우스는 빼어난 철학적 업적 하나 없었고 유려한 문장의 규범을 만들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의 영혼이 어지럽게 흔들리는 날, 우리는 플라톤의 철학이나 키케로의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마음의 등불로 삼는다. 그리하여 고독한 철학자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오직 자신의 내면에 대고 준엄하게 새겨둔 아름다운 자경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자기 자신을 정복한 우리의 위대한 멘토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라는 직위나 정복자로서의 자질 또는 그로 인해 훗날 듣게 될 자자한 명성에 연연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존중했다.
노예 신분의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를 정신적 스승으로 삼은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 그에게 최고 통치자라는 명성은 평온한 영혼의 방해물일 뿐이었다.
사후의 명성을 염려하는 자는,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도 모두 곧 죽고 그다음 세대도 죽을 것이며,
그러다가 마침내 자신에 대한 기억도 타올랐다 꺼져버리는 인간들에 의해 이어지다가 완전히 꺼져버릴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불멸이고, 따라서 너에 대한 기억이 불멸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도대체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칭찬이 죽은 자에게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산 사람에게도 부차적인 이익 외에 무엇이란 말인가?
너는 후세 사람들의 평판에 매달림으로써 지금 때아니게 자연의 선물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행복, 선(善), 욕망만을 지배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스토아 철학자로서 학문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로마 제국 변방에서 전쟁을 지휘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 사색에 사색을 거듭했으며, 자신의 태만을 무시하지도 즐기지도 않았다.
<명상록>의 뒷부분에는 마치 수도자의 득도(得道)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엄한 메모가 나온다.
나 자신을 정복하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대한 일이 아닌가.
오늘 나는 모든 방해에서 벗어났다. 아니, 모든 방해를 내던져버렸다.
왜냐하면 방해는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내 판단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1월. 초겨울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나목들이 거리거리에 저 홀로 외롭다. 그 나목들을 지나쳐 걷는 세상의 인간들이 재촉하는 발걸음만 분주하다. 하지만 정말 외롭고 분주한 것은 아우렐리우스의 메모처럼 내 안에, 내 판단 안에 있는 방해꾼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고 죽는 것이, 그리고 피고 지는 것이 수레바퀴처럼 처음과 끝이 없거늘, 죽고 지는 것이 나고 피는 것과 가름이 있을 리는 없다. 저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나목은 이미 단단한 싹을 준비하고 있을진대, 외롭고 분주한 것은 우리의 앙상한 마음이 아니겠는가?
어느 아우렐리우스 평전의 부제를 보니 저자는 그를 ‘위대한 멘토’라 칭했다. 세상일이야 언제나 통속하거늘, 거기서 무슨 승부다운 승부를 보고자 11월 낙엽 깔린 길바닥에서 수선을 떠는가.
2,000년이 지나도 역시나 위대한 멘토인 아우렐리우스처럼 우리 자신과의 진검 승부를 위해 전가(傳家)의 보검(寶劍)을 꺼내자. 그리고 전장의 폭풍 전야 깊거들랑 막사에 홀로 앉아 <명상록>을 읽으며 위대한 멘토의 가르침을 따르자.
“오늘 나는 모든 방해에서 벗어났다.”
글 정제원
일러스트 홍소희
참고문헌 <명상록>(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숲 펴냄), <우리가 정말알아야 할 서양 고전>(김욱동 지음, 현암사 펴냄),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철학 이야기>(이동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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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je E-Book. 올재 아시지요?.
<명상록>을 E-Book 으로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pdf 파일입니다.
[ Olje CLASSICS 24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저 | 황문수 역 ]
그동안 배포한 자료이니 구글에서 잘 검색하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검색어를 잘 조합해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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